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학고재와 석파정에 다녀왔다.
본래 회사 업무라는 것을 하면 할수록 사람의 성향은 F에서 T로 향하기에
이러한 증상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휴식 시간의 일부는 문화생활에 사용하는 편이다.

소격동 학고재에서 배우 하정우님 개인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평일에 휴가를 내고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오다 전시 종료를 며칠 앞둔 오늘에서야 들러보게 되었다.

개인전 타이틀은 「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로
'가족 외의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하지 말라'는 의미의,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이전에 하정우님이 매체에서 '영화 대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말했던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대사를 타이틀로 정할 정도면 확실히 인생 영화였나보다.



하정우님 전시에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림이 생각 이상으로 내 스타일이어서 놀라웠다.
팝아트스런 원색적인 색감들은 평소 그리 좋아하는 풍이 아니었지만 뭐랄까.. 고정관념이 깨진 느낌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호랑이 그림이었다. 강렬 그 잡채.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데스크에 조심스레 작품 가격을 문의해 보았는데, 벤츠 GLB 차량가 수준이었다..!
100호라는 사이즈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가격이다.
'음 그렇군요 :D'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내적 충격이 상당했다. 하정우님.. 대단한 작가였다.

그렇게 서둘러 갤러리를 나와 끼니를 때우고 부암동에 위치한 석파정으로 향했다.
석파정은 조선말 흥선 대원군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거닐어보면 서울 바깥으로 여행을 간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힐링되는 공간이다.
모두 알다시피 흥선 대원군 때 나라가 상당히 어지러웠는데.. 왜 여기를 좋아했는지 가보면 이해가 탁 된다.ㅎㅎ

석파정으로 향하기 위한 통과 의례인 서울미술관 전시.
항상 볼만한 전시를 열어주기에, '오히려 좋아'라는 마음가짐으로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작품 관람을 모두 마치고 석파정으로 이동했다.
역시 늦가을의 석파정은 진리. 안 가본 분들에게는 한 번쯤 가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오늘은 나의 메말라가던 감성을 다시 촉촉하게 만들어준 그런 하루였다.
아마도 지금 바로 MBTI 검사를 진행하면 적어도 F는 확정일 것으로 추측해 본다.
작가 하정우 님의 작품을 우리집에 들이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내 연봉의 상승 속도가 하정우님 그림 가치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내일부터는 연말까지 또 심기일전 해야지.
뜨거운 다짐으로 이번 Ep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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