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수능인데, 날씨는 아직도 초가을이다.
11월 초에 셔츠 하나 걸치고 종일 서울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결론은 행복 그 잡채. 오늘도 날씨가 다했다😋
ISMS 인증 심사가 끝났고, 오랜만에 맥주와 함께 키보드 앞에 앉았다.
심사가 끝나고 나니, 회사에서의 한 해 농사를 비로소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2년 전, 새로운 업무 필드로의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이후로 난 얼마나 성장했을까?
이제 스스로 '프로'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의 내공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 위 질문들은 나에게 그다지 의미없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언제까지나 '아마추어'이고 싶다.
아마추어
아마추어(Amatuer)는 어원인 'ama-'가 말해주듯 '어떤 일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이란 뜻이고,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은 '물질적 대가를 위해 그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의미이다.
Amatuer라는 단어는 라틴어 'amator'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이 amator의 뜻은 'lover'(사랑하는 사람)이다.
흔히 프로페셔널과의 비교에 쓰이는 아마추어의 의미란
'돈을 벌지않고 일하는 사람'이거나 '비전문가'라는 뜻을 갖는다고 인식되곤 하지만
어떤 분야에 대해서든 순수한 열정으로 접근하고 임한다면
그리고 그 태도가 장기간 일관성을 갖는다면
이 세상에 그러한 아마추어를 이겨낼 프로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986년에 데뷔한 가수 이승철 형님조차 아마추어를 예찬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이처럼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고결하고 아름답다.
우리 모두는 내일이란 세상의 무대를 처음 접하는 아마추어들이다.
아마추어 만세-
예전과 달라진 것
문득 든 생각인데, 나에게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나에게 울림과 영감을 주는 글귀(또는 책)는 반복해서 읽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어린 시절에 다독이 정답이다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나 또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생각의 깊이가 깊고, 훌륭하다.'라는 믿음이 있었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도서관에 가서, 권장도서 목록 위주로 훑어보곤 했었다.
물론 어렸을 때는 전반적 사고의 확장을 위해
이른바 '닥치는 대로 읽는' 전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사회의 온갖 풍파를 겪고 퇴근 후 육아(혹은 외로움)에 치이는
우리 어른들에게는 '사색'이 필요하다.
내 경우 평범하게 책을 다 읽더라도, 일주일 정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나면
그 책을 읽어봤다는 것 외에 대부분의 기억은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도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책을 읽고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어딘가에 따로 추려서 다시 보아야 기억이 유지된다.
정확히는 해당 내용을 다시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회사 사무실 내 책상에는 대략 15-20권 정도의 책이 꽂혀있다.
그중 내가 요즘 가장 자주 꺼내드는 책은 일의 격이라는 책이다.

현직 KT 임원분이 쓴 책인데, 이런저런 유익한 이야기들이 컴팩트하게 구성되어 있어
점심시간이나 짬날 때 간간이 펼쳐보곤 한다.
이미 이전에 다 읽은 책이지만,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이 많기에
매번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부동산 분야의 책으로는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을 자주 꺼내본다.
저자부터가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으로 표지부터 포스가 느껴진다.

지금은 절판된 책으로, 표지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책 내용 또한 굉장히 드라이하다.
정말로 한국의 40년간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해 분석만 한 책이다.
모든 역사 선생님들께서 언급하시는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격언은 정답이다.
한국 부동산에 큰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도서로 추천한다.
언젠가 이 책의 내용은 별도 포스팅을 통해 리뷰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람이 매 끼니 고기 반찬만 먹으면 건강을 읽듯
읽는 책 또한 정보 전달, 자기 계발, 인문 등 분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을밤 사색을 유발하기에 좋은 글귀를 소개하며 이번 Ep를 마치도록 한다.
행복이 커다란 목표나 미래의 성취에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행복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 숨어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침 인사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커피 한 잔의 따스함.
내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행복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감사할 줄 아는지에 달려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가 스치듯 떠나보내고 있는 일상 속에 분명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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