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다. 가을이 오면 글이 마렵다.
요즘은 어떤 약속을 잡는 것 보다도, 책상에 앉아 음악 틀고 캔맥 한잔하면서
책을 읽든지, 몇자 끄적이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면 난 이제야 초여름인데-
얼른 이 시기가 지나 그저 여유로운 가을을 한껏 만끽하길 바랄 뿐이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해볼까낭.
인테리어 이야기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월세살이를 끝내고 새롭게 매매한 집이라, 큰맘 먹고 올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월세집은 마포구의 모 아파트로 구했는데
윗집이 이틀이 멀다 하고 지인들을 불러 자정이 넘도록 친목을 다졌던 터라
층간소음으로 인해 군생활 이상의 스트레스에 직면했었다.
세대 수도 괜찮은 나름 메이커 아파트였는데, 이상하리만치 층간소음이 엄청난 곳이었다.
층간소음으로 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지 이해하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여하튼 그런 시절이 있어서였을까, 새로운 집에서는 풀컨디션으로 살고자 하는 맘이 컸다.
MZ 답게 인스타그램으로 검색을 몇 번 때려보니
자연스레 피드는 인테리어로 물들어갔고, 우리와 감성의 궤를 같이하는 업체가 나타났다.
사장님께 전화를 드려 1-2분 짧은 통화를 해보니
다른 업체는 알아볼 필요가 없겠다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고
사무실에 잠깐 들러 대화 후 바로 가계약금을 넣었다.
혹자는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름 인테리어를 계약하고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경험상 괜한 비교 견적과 추궁(?)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살아갈 공간의 퀄리티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를 대할 때는
'좋은 분들을 만나면 최대한 신뢰하고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자'는 편이다.
희망했던 전체적인 느낌과 콘셉트만 건네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그분들 또한 최선을 다해 디자인과 자재를 검토해 주셨고, 모든 것이 선순환의 연속이었다.
역시나 결과물은 당초 내 머릿속에 들어있던 어떤 이미지보다도 훌륭했다.
약간 의견이 갈렸었던 항목이 있는데, 전문가의 의견을 듣길 잘했던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 예산 문제로 포기했던 시스템 에어컨을 막판에 선택했고, 현재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 키친핏 냉장고 구매를 권유받았는데, 시스템 에어컨 다음으로 만족하는 부분이다.
- 집 구조상 중문 설치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수용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인 점이다.
역시 전문가의 의견은 나보다 옳고, 인테리어란 돈을 쓸수록 후회가 적다.
하고 싶은 걸 다 한 대가로 여전히 약간의 할부금을 내고 있지만,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혹시라도 인테리어를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당장의 돈이 걱정되더라도, 그냥 하고싶은 것들 다 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음악 이야기
난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템포 느린 노래를 주로 듣는다.
빠른 노래도 가끔 듣긴 하지만 계속 듣는 건 뭔가 모르게 힘들다.
유튜브에서였나?
성시경 님이 '나는 러닝머신을 16으로 달려도 발라드 듣는 사람이야.'라고 했었는데
내가 딱 그런 사람이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동기들과 출근길에 무슨 음악 듣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박효신-야생화를 들으며 출근한다던 내 이야기에 모두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의 비율이 적구나.'라는 걸 사실 나도 그때 알았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베이빌론-불완전한 나를 듣고 있다.
앨범 이름이 EGO 90'S인 것부터가 마음에 든다.
나얼 님 또한 되도록이면 2000년 이전의 음악들만 듣는다고 하셨다.
그렇게까지 단정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 또한 비슷한 부류라 할 수 있겠다.
언제나 그런 음악들을 좋아하고, 마르고 닳도록 듣다 보니
노래방에서도 90-2000년쯤의 노래를 불렀을 때 누구든 가장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을 항상 들으면 그 시대의 그루브가 몸에 익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발라드 못지않게 인디음악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장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뮤지션은 '가을방학'이다.
가을방학-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신병 시절, 당시 분대장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
같이 근무를 설 때마다 이 노래 꼭 들어보라고 세뇌 아닌 세뇌를 당했던 터라
반강제로 듣게 된 노래인데, 진심으로 좋았다.ㅎㅎ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때 분대장은 내 군생활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좋은 선임이었는데
같은 전공(부산대 컴공)이었기도 해서 그런지- 뭐 하고 지내는지 가끔 궁금하다.
끝으로 요즘 내가 가장 자주 듣는 인디 뮤지션은 '406호 프로젝트'다.
처음 노래를 접했을 때 목소리 뭐야?라는 신선한 충격에서 시작해
이 분의 성별을 알고 나서 진짜 충격을 받았던. 여하튼 재밌는 뮤지션인 건 확실하다.
406호 프로젝트-타이밍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이유는 이제 잘 준비를 해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하찮은 라임과 함께 이번 EP를 마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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