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이라는 꽃다운 시절의 한가운데서 나란 녀석은 무슨 생각들을 하며 지내는 걸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되짚어보도록 한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겠지 :D
IT 인프라 업계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곧 10년이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일하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은 '왜 IT 인프라 분야는 졸업 후 취업을 해서야 알게 되는 걸까?'였다.
나는 대학 시절 컴퓨터를 전공했다. 우리 학부는 한 학년에 200명이 넘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지만, 모두가 지향하는 바는 [코딩] 하나였다. '학부생으로서 코딩을 못하면 IT업계 전체에 발을 못 들이는 건가?'라는 두려움이 들 정도로 모든 커리큘럼의 지향점은 코딩이었다.
실제로 내 체감상 IT 전공자 중 코딩 전투에서 뒤쳐진 30% 정도의 학생들은 일찌감치 진로를 전향하여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살고 있다. 나 또한 [IT 업계에서의 대우=코딩 능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취업과 동시에 그 생각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대학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코딩 외 에도 진로의 방향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가르침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IT 학부 출신으로 개발을 못해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시스템, 네트워크, 미들웨어, DBMS 로 나눠지는 IT 인프라와 전 영역에 걸친 보안, 컨설팅 등 코딩 외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취업하기 전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영역인 IT 인프라 분야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전파하고, 그 생태계를 넓히고자 하는 막연한 목표가 있다.
향후 교육자가 되든, 사업을 하든 이 뜻은 마음속에 담고있기로 한다.
30대에 접어들고 읽어본 책들 중 나의 사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몇 권의 책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세이노 형님에 의하면 인생은 Living과 Life로 구분된다고 한다.
Living은 경제적 대가를 얻고자 시간을 투여하는 대상, 혹은 그런 목적으로 일하는 시간 자체를 그 영역으로 갖는다. 요컨대 대가가 많건 적건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생계와 연관된다면 모두 Living에 속한다.
Life는 돈을 벌고자 하는 행위와는 관계없이 시간을 사용하는 영역이다. 사랑, 우정 등 가치관 및 게임 등과 같이 자신이 재미있어 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이 영역에 속한다.
예를 들어, 다른 직업을 택하면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데도 적은 보수에도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Living 속에 Life가 깊이 스며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Life는 Living에서 얻는 돈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Living이 나무의 뿌리와 줄기라면, Life는 열매와 같다.
가장 바람직한 인생은 Living 속에서 Life를 추구하며, 이 둘의 구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한다.
나는 나의 일터(Living)에서 자아 실현(Life)을 하고 있는가?
다행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동안은 대기업에서 Living에 치우친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남는 시간에 인생에 대한 고민을 이전보다 좀 더 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게 있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30대는 뭐든 도전해보기 가장 좋은 때이니, 남은 시간도 부지런히 노력해 이런저런 많은 도전들을 해볼 생각이다.
성인이 되고나서 연령대별 인간관계는 20대에는 학교(과), 30대에는 직군, 40대에는 경제적 역량에 따라 주로 형성된다고 한다. 20, 30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맞는 내용이라는 생각이다. 그럼 40대 내용도 얼추 맞는 얘기라는 건데..
어렸을 때는 인간관계와 돈을 연관짓는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다. 사람의 능력과 배경보다는 인간미와 성격 위주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20대 후반까지도 교회 커뮤니티가 내 인간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서글프지만 친구 관계에서도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돈이 많아지고, 또 적어지면 서로간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에 당황하는 일이 생기고.. 결국 쓸데없는 오해가 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이 사람에 따라서는 피곤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은 아닌 사람들에게 본인 상황을 어느 정도는 숨길 수밖에 없고, 비슷한 경제적 수준(또는 상위 레벨)의 사람들을 만나 마음 편히 대화하고 싶어 할 것이다.
돈은 사람을 윤택하고 여유있게 해 주지만, 한편으로는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6 : 너, 행복하니? (2) | 2024.04.21 |
---|---|
Ep.5 :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0) | 2024.04.16 |
Ep.3 : 나를 찾아서 (2) | 2024.03.31 |
Ep.2 : 성공 방정식 (0) | 2024.03.29 |
Ep.1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0) | 2024.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