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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에 관한 모든 것.
Essay

Ep.7 : 인과관계

by @TA 2024. 4. 22.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는 현상(결과)만을 논하기 바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번 EP에서는 요즘 들어 나의 뇌리를 자주 스쳐가는 단어 "인과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Chapter 1. 교회

20대 시절, 나는 교회를 꽤나 열심히 다녔다. 지금도 매주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만- 

여기서 열심이란 「일요일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오전부터 저녁까지 교회에 있었고,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에도 교회를 가던 열정」을 뜻한다.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와 "나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가 머릿속에 공존하곤 한다.

당시 내가 다녔던 교회의 조직 체계는 이러했다. 대학생이면 대학부, (대학 졸업 or 취업을 했으며)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청년부, 결혼을 하면 일반 성도.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인 상태로 청년회에 올라갔다. 청년회에는 대학부에서 볼 수 없던 모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구역모임'이었다.

구역모임이란 '같은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지자'는 취지로 이루어진 공동체였다. 직장에서의 고민도 공유하고, 가까운데 있으니 밥도 먹고.

한마디로 청춘 남녀간 결혼을 장려하는 모임이었달까. 그래서 사람들은 모임에서 배우자에 대한 고민을 토로할 때가 왕왕 있었다.

모임의 멤버는 주기적으로 바뀌었는데, 어느 구역모임을 할 당시의 일이었다. 

7-8명 되는 인원 중 하필 나만 남자였고, 여자 구성원들이 그날따라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절절하게 했는데- 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데, 내 눈에 비친 그들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그러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절절함에 눈물까지 보이던 그 사람들을 보며, 내 머릿속에는 담담히 6글자가 떠올랐다. '진인사대천명'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데, 이 사람들은 별다른 노력도 없이 앉아서 기도만 하고 있었다. 

대문자 F임에도 그런 상황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던 나는, 어떤 즐거움도 보람도 없는 구역모임에 참석하지 않게 된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노력과 기도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나는 크리스찬 임에도, 별다른 노력 없이 기도에만 힘쓰고 하늘을 원망하는 부류와는 상종하지 않는 편이다.


Chapter 2. 군대

나는 강원도 화천 27사단(이기자부대) 통신대대로 전입하여 군생활을 시작하였다.

27사단은 지금은 없어진 부대로, 당시에는 「6.25 때 하도 져서 제발 좀 이기라는 뜻에서 이름이 이기자가 되었다」는 썰로 유명한 나름 메이커 부대였다. 경례 구호가 "이기자!"인 것이 독특했다.

나는 소형급 무선장비를 다루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소대 내 동기도 나 포함 5명이었기에 나름 외롭지 않은 군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원인은 바로 동기에게서 비롯되었다.

내 경우 2년이 채 안되는 군생활이지만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유형'이었다면, 동기 중 1명은 매사 대충 대충에, 틈만 나면 '군생활 열심히 해서 뭐 해?'라는 멘트를 연발하던 그런 친구였다.

알다시피 군대는 연대 책임으로- 이 친구 덕에 선임들에게 매번 같이 혼나기 일쑤였고, 결국 나는 그 친구와 한차례 다툰 후 멀어졌다.

내가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듯 그 친구 또한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우리는 전역하는 날까지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섞지 않았다.

나는 그 후에도 매사 열심히 하며 살아갔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새로 부임한 사단장 명으로 전속 무전병에 차출되어 사령부에서 2년을 보냈고, 그 시기에 수 많은 책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디서든 이 얘기를 하면, 아마 빽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단정짓더라. ㅎㅎ)

행보관, 주임원사, 중대장 등 어떤 빌런이 다가와도 "사단장님" 4글자면 프리패스였고, 훈련 때마다 헬기와 투스타 차량을 타고 다니며 잊지 못할 경험들을 했다. 

당연히 유격이나 행군은 훈련소 때 외엔 아예 없었고. 이것이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결과이다.

어제와 똑같은 인생을 살지 않은 덕분에 얻은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아닌 것 -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시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함께 해왔고, 일궈온 모든 것들이 결국 나라는 이야기-

이번 내용과도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한다. 
유퀴즈에서 공유님이 소개하여 널리 알려지게 된 시이기도 하다.

시의 내용을 곱씹으며 이번 EP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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